‘고향의 봄으로 돌아가다’, 이하전 지사 유해 봉환식, 한인사회 깊은 추모

SAN FRANCISCO & BAY AREA 한인회관에서는 지난 2월 별세한 해외 최고령 독립유공자 이하전 애국지사의 유해 봉환식이 4월 18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국가보훈부 관계자를 비롯해 100여 명이 참석해 조국 독립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의 숭고한 뜻을 기렸다.

해외에서 서거한 독립유공자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 최고의 예우로 추모하고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국가 사업의 일환인 봉환식은 개식 선언을 시작으로 영정과 영현이 입장하며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장내에는 진관사 태극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 선율에 맞춘 애국가와 고인이 생전에 즐겨 불렀던 ‘고향의 봄’이 울려 퍼지며 깊은 감동을 자아냈다.

상항한국인연합감리교회 한인희 담임목사의 추모기도로 고인의 영면을 기원한 뒤, 국가보훈부와 유가족이 각각 제작한 추모영상이 상영되며 고인의 삶과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어 유가족 대표로 나선 손자는 “훌륭한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이었다”고 회고하며 가족의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봉환사에서는 AI로 구현된 도산 안창호 선생과 유일한 박사의 영상 메시지에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메시지를 통해 “유해 봉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고국에서 편히 안식하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의 추모사는 정영진 서기관이 대독했으며, 권 장관은 “이하전 지사님은 독립운동의 산증인이자 꺾이지 않는 민족의 자긍심이었다”며 “오는 21일, 평생 그리워하시던 고향으로 모시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종걸 (사)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장도 영상 봉환사를 통해 고인에 대한 깊은 경의를 표했다.

이어진 추모사에서는 임정택 주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 총영사를 비롯해 김한일 SAN FRANCISCO & BAY AREA 한인회장, 이정순 전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총회장, 오미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샌프란시스코협의회장(박미정 수석부회장 대독), 정경애 오클랜드·이스트베이 한인회장, 이모나 새크라멘토 한인회장, 김순란 김진덕·정경식재단 이사장, 이진희 미주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 최홍일 변호사(문양목 애국지사 유해봉환 법적 대리인), 케빈 박 산타클라라 시의원, 윤행자 광복회 미서북부지회장 등이 차례로 나서 고인의 애국정신과 헌신을 기렸다.

행사 중반에는 SAN FRANCISCO & BAY AREA 한인회와 반크가 제작한 두 번째 추모영상이 상영되며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어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협의회 주니어 멤버 나 다나엘과 황현준, 그리고 샌프란시스코화랑청소년재단 소속 이지수 학생이 추모사를 낭독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기억과 다짐의 의미를 더했다.

추모 공연 순서에서는 바리톤 최기돈이 ‘시인의 죽음엄과 ‘청산에 살리라’를 열창하며 깊은 울림을 전했다. 이후 유가족과 내빈, 참석자들이 차례로 헌화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행사는 영현 봉송에 이어 유가족 대표의 인사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하전 지사는 1921년 11월 26일 평안남도 평양에서 태어났다. 청년 시절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현지에서 항일 독립운동에 참여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한 실천에 나섰다. 일본 유학 당시 항일 비밀결사 독서회를 조직해 조선 독립의 뜻을 함께 나누었으며, 이로 인해 일본 경찰에 체포돼 ‘일본제국 타도 및 조선독립운동’ 혐의로 2년 6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해방 이후에는 연희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갔고, 1948년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후 몬트레이에 위치한 미 육군 언어학교에서 한국어 교수로 재직하며 미군과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데 평생을 헌신했다.

그는 해외에 거주하면서도 조국과의 연결을 놓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했으며, 한때 해외 거주 생존 독립유공자 중 유일한 인물로 알려지며 미주 한인사회에서 ‘살아있는 독립운동의 역사’로 불려왔다.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베이지역 한인사회에서도 그의 존재는 각별했다. 광복회 활동과 각종 기념행사 참여를 통해 독립운동의 의미를 널리 알렸으며, 후세들에게 애국정신과 민족 정체성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과 흥사단 정신을 깊이 존경하며 이를 삶의 지침으로 삼아온 점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하전 지사의 삶은 독립운동가로서의 헌신을 넘어, 해외에서도 조국의 역사와 정신을 지켜낸 미주 한인사회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게 됐다. 그의 숭고한 뜻과 발자취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후손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이어질 것이다.

한편, 이하전 애국지사의 유해는 오는 4월 21일 대한민국으로 봉환되어 국립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